(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K팝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많은 희생이 따라요, K팝 가수가 되려는 외국인 친구들이 있다면 '감수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한국 문화를 이해하며 최대한 즐기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미국 시카고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시절, 우연히 JYP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오디션을 보고 한국 아이돌인 된 비투비 프니엘(31)이 한 이야기다. 한국계 부모 사이에서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국적의 프니엘은 연습생 시절과 데뷔 초반, 한국 문화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프니엘 곁을 지키는 '좋은 식구' 비투비 멤버들과 무대에 올랐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벌써 13년째 '사랑받는 아이돌' 프니엘을 만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니엘이 데뷔하던 지난 2012년은 K팝이 더욱 글로벌하게 활기를 띄고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한 때다. 아시아 위주로 활동하던 K팝 가수들이 유럽, 미국 등 더욱 폭 넓게 입지를 넓혀가던 때다. 이에 시카고에 살고 있던 프니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K팝에 대해 자세히 모르던 프니엘은 친구 따라 JYP 글로벌 오디션에 갔다가 발탁, 부모의 나라인 한국에서 연습생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K팝을 우연히 접하고 입문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그의 도전과 추진력 그리고 짧았지만 최선을 다한 시간 덕분에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비투비로 데뷔할 수 있었다.
프니엘은 최근 비투비 멤버 서은광, 이민혁, 임현식과 레이블 '비투비 컴퍼니'를 설립하고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DOD와 함께 제2막을 열었다. 프니엘은 오는 5월 솔로로 컴백할 계획으로, 팬들을 위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뉴스1은 솔로 곡 녹음 스케줄이 있던 프니엘을 DOD 사옥에서 만났다. "K팝 가수로 활동 중인 외국인 멤버의 스토리를 담는 인터뷰니,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하자"고 권하는 기자에게 "무슨 소리냐, 한국말 얼마나 잘하는데"라며 웃어 보이는 프니엘이었다. 이날 프니엘은 10년 이상 활동 중인 나름 고연차의 한국계 미국인 K팝 가수로서, 그간 느껴왔던 문화적 차이와 아이돌 육성 체계에 아쉬운 점도 솔직하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 했다.
-오랜만에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한국에 온 지 14년이 된 비투비의 프니엘입니다.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바로 데뷔한 거였군요.
▶ 네. 연습 2년 하고 바로 데뷔했어요.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를 다니다 한국에 왔더라고요. 부모님 세대에서 이민을 가셨던 건가요?
▶시카고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한국에 왔어요. 부모님은 두 분 다 토종 한국인이에요. 아빠 가족들이 파라과이에서 일을 하다가 시카고로 왔고, 엄마 가족들은 한국에 살다가 시카고로 왔대요. 두 분은 시카고에서 만나 결혼했고요. 제가 알기로 맥도날드에서 소개팅했대요. 하하.
-K팝에 입문한 계기는 뭐였나요.
▶민망한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K팝에 관심이 크지는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록을 좋아했고 록을 많이 들었거든요. 이후에 친구들을 통해 K팝을 접했어요. 친구들 중에 K팝 팬이 꽤 있었거든요. 한국에서 유학을 온 친구들도 있어서 그 친구들을 통해서 처음 접했어요.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K팝은 그때 처음으로 접했죠.
-그 당시 한국어는 어느 정도 실력이었나요.부모님이 한국 분이라 한국어를 좀 했을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두 분 다 한국분이긴 하지만 대부분 영어만 썼어요. 부모님하고 있을 때 한국어를 조금 쓰긴 했지만요. 엄마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셨어서 집에서 간단한 한국말은 했었어요. 제가 아마 중학교 때 대화 수준은 초등학생 정도였을 거예요. 읽고 쓰는 것은 유치원생 수준? 읽고 쓸 일은 거의 없었거든요. 말만 조금 할 줄 아는 편이었어요.
-K팝을 알지도 않았고, 한국어도 잘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연습생이 된 건가요?
▶2009년쯤인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시카고로 글로벌 오디션을 왔어요. K팝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오디션을 보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K팝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따라갔어요. 그 당시 저는 미국에서 노래나 랩을 아예 안 했고 기타만 칠 수 있었어요. 어쨌든 그 친구를 따라가서 저도 오디션을 보게 되었는데 오디션 종류를 보니 '모델 부문'도 있더라고요. 노래나 춤을 할 줄 아는 게 없다 보니까 모델로 신청을 했어요. 포즈 3개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오디션장에 붙어있던 2PM과 2AM의 포스터 속 멤버들의 포즈를 세 개 카피해서 포즈를 취했어요. 그랬는데 갑자기 음악을 틀면서 워킹을 해보라고 하길래 '피지컬을 확인하려는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산책하듯이 걸었어요. 음악과 박자도 맞지 않게 걸었던 것 같아요.(웃음) 거기 계셨던 신인 개발팀 분이 노래나 팀 분이 노래나 랩, 춤출 수 있는 것 있냐고 하길래 해 본 적은 없지만 나름대로 무언가를 보여줬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기타 연주도 했어요.
-이후 JYP 연습생 합격 전화가 온 거군요.
▶잊어버릴 때쯤 연락이 왔어요. 전화를 받았는데 엄청 빠른 한국말로 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겨우 'JYP'만 알아듣고는 곧장 "엄마!"하고 엄마한테 받아보라고 했죠. 합격했다는 소식이었어요. 저는 그때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제가 '대학교 때 내가 진짜 원하는 공부가 뭘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마침 JYP에서 전화가 와서 '이걸 해보자' 싶었어요. 부모님이 자란 나라이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한국에 대해 잘 모르니까 이번 기회로 알아보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2010년 2월에 한국에 오게 됐어요.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는데,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했네요.
▶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을 하던 중 여러 가지 테스트를 했고 그 과정에서 JYP 엔터테인먼트의 색깔과 저의 색깔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서 나오게 됐어요. 그때 JYP의 신인 개발팀의 직원분이 저에게 향후 계획을 물어보셨는데, 제가 그때 한양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거든요. 다른 소속사를 알아보든, 한국에서 대학교를 더 다니며 공부를 하든 고민해 보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큐브 엔터테인먼트를 제안해 주셨어요. 당시 비투비가 데뷔를 준비 중이었는데 한 명 자리가 있었고, 운이 좋게 제가 들어갈 수 있었어요. 큐브에서 오디션을 보고 바로 데뷔하게 된 거죠간 지 2달 만에 비투비가 된 비투비가 된 거예요. 지금 비투비는 저에게 가족이지만, 2달 만에 비투비가 된 것 때문인지 팀 내에서 저만 아직도 유일하게 형들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어요. 하하. 비투비가 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존댓말을 쓰면 왠지 좀 어색하다고 해야 하나.(웃음)
-처음 한국에 왔을 때의 느낌이 궁금해요.
▶오자마자 저는 바로 연습생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 이런 곳이 한국의 모습이구나'를 느낄 새가 없었어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회사에 있었거든요. 학교 갔다 오면 바로 연습실로 가서 연습을 하는 패턴이었어요. 한국의 정취를 느낄 새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일요일에는 쉬어서 연습생 친구들과 함께 놀기는 했지만 제가 연습생 중에 나이가 있는 편이다 보니까 또 살짝 어려웠고요. 한국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건 데뷔 후였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만 살다가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문화적 차이 때문에 힘든 일은 없었나요?
▶미국은 너무 자유로웠어요. 연습생 시절에 '나쁜 행동을 하면 안된다' '연애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어요. 하하. 비주얼이 좋은 연습생 친구들을 모아놓고 연애를 하지 말라니? 미래를 위해서라는 식으로 설명을 해주셨지만 미국 문화만 접했던 저는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미국은 '비코즈'(because)가 있거든요. 어떤 지시에는 항상 설명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 접한 한국은 무조건 '하지마!'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궁금해서 '왜요?'라고 하면 '버릇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지점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해되지 않았던 문화적 차이는 해결이 됐나요.
▶그런 문화적 차이는 데뷔 초반에도 이어졌어요. 회사에서 녹음을 하니까 편하게 입고 슬리퍼를 신고 갔더니 당시 매니저 형이 '너 슬리퍼 신고 왔냐'고 물어서 '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밖에 팬들도 있고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지 않나'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제 모습이었고 팬들에게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근데 그때 매니저 형이 '집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정말 집에 갔는데 매니저 형이 '진짜로 가냐, 네가 사과할 줄 알았다, 다시 와서 녹음하라'고 하는 거예요. 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저희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소속사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했던 때거든요. 그래도 저희는 당시 휴대전화 가지고 다니게 해줬거든요. 근데 멤버 한명이 무대에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었고, 그 일 때문에 휴대전화를 숙소에 두고 다니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불만 있는 사람 있느냐'고 해서 제가 손을 들었죠. 저는 부모님이 외국에 있고 시차 때문에 전화를 받아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들고 다니고 싶다고요. 그랬더니 '휴대전화 가지고 다니고 싶으면 열심히 해'라고 하더라고요. 이해가 안 갔어요. 그리고 저는 미국에서도 '여사친'들이 많이 있었고 한국에서도 '여사친'들이 많이 생겼어요. 데뷔 후에 방송국에서 JYP 연습생 시절에 알던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인사를 하면 매니저 분들이 '여자들과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한다고요. 저는 그때 한국 아이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왜 그래야 하는지 아예 몰랐어요. 그런 스트레스들이 많이 있었죠.
-데뷔한 지 12년이 지났잖아요. 지금은 이해가 되나요.
▶아이돌 문화가 아직도 이해는 조금 안 돼요. 물론 존중은 하죠! 그렇지만 100% 이해한다고는 못해요. 아직도 아이돌이 연애를 하면 죄지은 사람처럼 사과를 하잖아요. 어쨌든 저는 외국에서 온 사람이니까 한국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존중과 이해를 하는 것은 다른 일 같아요.
<【물 건너온 아이돌】 프니엘 편 ②에 계속>